법의 심판 넘어···. 사적 제재의 부상과 사회적 파장
강현정 기자
승인
2024.06.22 16:32
의견
0
[포스트21 뉴스=강현정 기자]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고, 그렇기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법에 의해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법으로 모든 이들을 정당하게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법의 심판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강력범죄를 저질른 범죄자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이들이 얼마 안되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모습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혹은 음주상태였거나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형이 감면되거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피해자 및 그들의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를 공분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참다 못한 몇몇 이들은 직접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보복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행동하며 범죄자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SNS를 비롯하여 유튜브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혹은 개인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이 특정 범죄 사건에 대해서 파헤치면서 그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드러내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법으로 심판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자신들만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며, 그들이 다시 한번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기원한다며 말이다.
실제로 밀양 피해자 사건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제들이 사적 제재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 덕분에 가해자들이 숨어 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적 제재의 빛과 그림자, 범죄 억제 효과와 부작용의 충돌
이런 모습들을 통해 사람들은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법을 교묘하게 피해서 숨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언제든지 자신의 신상이 유포될 수 있고, 범국민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라도 범죄를 억제시킬 수 있는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사적 제재는 올바른 것일까?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 그 수단은 어떤 방식이라도 상관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목적이 불순하지 않다면 사적 제재는 올바른 것이다라고 보는 이들도 많지만, 선을 넘는 사적 제재의 경우에는 가해자들의 주변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만드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 역시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이슈화되어 다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적 제재를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회적으로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집단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범죄 사실을 파악하고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파악하는 정보들을 유포하거나, 직접 처단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정말 올바른 정보를 파악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신상 등이 유포된 밀양 사건 가해자들의 정보가 모두 진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중에 아주 작은 정보라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들이 생겨나게 된다면 이에 대해서 보상해줄 수 있을까?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그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사적 제재를 하고 있는 이들이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생겨난 피해자들의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해주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적 제재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수백가지가 넘는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한가지라도 있다면 사적 제재는 금지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