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최정인 기자] 보호시설을 떠난 청소년이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위기에 빠지는 ‘재고립’ 문제가 지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단기 지원 종료 후 주거·경제·심리 등 전반에서 연속성이 끊기면 생활 기반이 쉽게 무너지고, 이로 인한 고립과 불안은 재위기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주거 안정, 통합 지원, 장기 사례관리 등 체계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거 안정과 경제적 완충장치의 필요성

지난해 A시의 한 청소년 쉼터를 거쳐 자립을 시도했던 17세 B군의 삶은 빠르게 흔들렸다. 쉼터를 나와 직업훈련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초기에는 생활 리듬을 찾는 듯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의료비와 학업 복귀 비용, 월세 상승 등이 겹치자 불안이 다시 커졌다. 보호기관의 단기 지원이 끝나자 상담과 사례관리가 끊기며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결국 B군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로 돌아갔다. 이런 사례는 지역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재고립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보호 단계에서 제공되는 주거·교육·심리치료가 각기 분절되어 있으면 청소년의 자립 역량이 일관되게 형성되지 못한다. 특히 안정적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득이 조금만 흔들려도 생활 기반이 쉽게 무너진다. 직업훈련이 단기 기술 습득에 그치고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학업 복귀를 지원하는 장치가 불충분하면 자립의 경제적 기반이 약화되고 만다.

심리치료가 중단되면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인관계 문제로 인해 사회적 연결망이 약해지고, 여러 기관이 연계될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면 지원 공백이 생겨 재위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현장 전문가들은 재고립을 막기 위해 지원의 연속성과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보호에서 자립으로 넘어가는 전 과정을 관장하는 개인별 케어플랜을 마련해 주거와 교육, 취업, 보건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연결하면 안정적인 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 퇴소 이후에도 최소한 1~2년간 정기적 사례관리를 실시해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기반의 중간주거를 확충하고 임대료 보조 등 경제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면 주거 불안이 재발하는 빈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장기간의 심리치료와 사회적 관계망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제도 개선으로 지원의 연속성 강화

행정적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청소년 복지와 교육, 보건, 노동 관련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연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민간 쉼터·NGO와의 협업을 제도화하면 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례관리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해 기관 간 전환 시점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지원 효과를 평가하는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어떤 서비스가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는지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

지역별로 성공 사례를 파일럿으로 운영해 타 지자체로 확산하는 방안도 현실적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당사자 참여를 강조한다. 청소년 스스로가 필요와 시점을 결정하는 구조를 마련하면 서비스 수용성과 효용성이 높아진다.

지역사회 내 멘토링과 소규모 네트워크가 지속적인 지지를 제공할 때 청소년의 사회적 연결성이 강화된다. 교육기관의 학사 유연성이나 직업훈련의 취업 연계성 제고, 민간 기업의 인턴십·고용 연계 프로그램 확대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결국 재고립 문제는 단기간의 응급 처치로 해결되기 어렵다. 주거 안정과 경제적 기반 확보, 지속적인 심리·사례 관리, 기관 간 협력과 당사자 참여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줄어든다.

정책 설계와 예산 배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반영될 때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