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대한민국 청년들이 녹록지 않은 고용 시장과 사회 진출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쉬었음’이라는 통계 지표가 상징하듯, 취업을 위한 노력조차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쉬었음' 청년 50만 시대, 사회의 그림자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들이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학업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질병이나 육아, 가사 등의 명확한 사유 없이 단순히 쉬고 있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취업 준비에 지쳐 좌절했거나, 애초부터 자신의 역량으로는 취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구직 의욕조차 상실한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 이면에 숨겨진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활력 저하는 물론,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특히, 대졸 청년들이 갈수록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는 7급 공무원 합격자 평균 연령이 30대에 육박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는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며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쟁 심화와 산업 구조 변화의 이중고
청년 고용의 어려움은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급변하는 산업 구조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자동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일자리를 소멸시키거나 변화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역량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고용 시장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IT 분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청년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졸자 수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취업 문은 좁아지는데, 고스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직무 중심의 역량'과 대학 교육 간의 미스매치도 청년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지적된다.
기업 채용, 낙관만은 어려워
2025년 기업들의 채용 계획 역시 청년들에게 마냥 희망적인 신호만을 보낸 것은 아니다. 최근 경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금년 수준의 채용(44.6%)을 가장 많이 계획하고 있지만, 작년 대비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36.9%에 달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채용 축소 응답이 53.7%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과 인건비 부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8.4% 수준이었는데 이는 특정 산업이나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력 수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기업의 채용 문은 더욱 좁아지고, 중소기업 위주의 고용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청년 구직자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고용동향 역시 전체 고용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년층에 국한된 통계를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분석한 2025년 상반기 고용동향에서도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청년들의 고용 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 독립을 미루게 되고, 결혼과 출산 또한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사회 활력 저하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취업 과정에서 겪는 반복된 실패와 좌절은 청년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 고립감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다각적 노력 필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교육 기관 그리고 사회 전반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2025년 청년고용 정책방향에서도 제시되었듯이 청년 일자리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맞는 직업 훈련과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스타트업이나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들은 청년들의 잠재력을 믿고 채용 문을 넓히는 동시에,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청년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교육 기관 역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육 과정 전반을 혁신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청년들 스스로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평생 학습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냥 쉬었음’이라는 선택지 대신, 작게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찾고 참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청년 고용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하고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