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유우주 기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뭔가 보여줄 것 같이 출범한 21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또 한번 실망감만을 안겨준 채, 첫 발을 내딛었다.
개원 전부터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로 여·야 갈등이 심화됐던 터. 국회가 새로 개원할 때마다 문제가 불거지는 상임위원장 이슈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걸까?
권력 속의 권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회(常任委員會). 우리나라 행정부의 각 부처 소관에 따라 국회 내에서 구성되어 각 사항에 대한 입법과 그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위원회이다.
상설적으로 운영되는 총 17개의 상임위원회가 있고 그 분야에는 국회운영·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교육·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교통·정보·여성가족이 있다.
이외에 기한을 정해놓고 운영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인사청문특별위원회로 이루어진 특별위원회가 있는데, 이 중 예산결산위원회는 상설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상임위원회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모든 행정부처의 입법을 심사하고 추진하는 곳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의결권을 지닌 위원장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여·야 모두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자리인 것이다.
핵심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신경전
17+1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중, 여·야가 적극적으로 쟁취하고 싶어하는 자리가 있다. 모든 법안들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모든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그것이다.
이 두 상임위원회는 권력 중에서도 핵심 권력으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는 위원장의 의결권을 가장 최종단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좋은 법안이 있어도, 법사위원장이 결재를 해주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예산을 변경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같은 경우 예결위원장의 결재가 없으면 쉽사리 통과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거대 양당이 이끌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략에 따라 의결권이 결정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에 따라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의 당략에 따른 ‘반대를 위한 반대’로 벌어지는 경우 때문에 법 통과나 예산안 통과가 정체되어, 국회가 소위 말하는 ‘식물 국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벌어진 상임위원장 배분 이슈는 무엇 때문일까?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177석을 획득하여 ‘초거대 여당’이 되었다.
의석 수가 곧 민심이라는 대의아래, 상임위원장을 독식해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제동없이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맡았던 관례를 내세우며, 견제장치가 없는 정치는 ‘독재’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의 자리를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충돌한 것이다.
또한 관례대로 18개의 자리를 의석 수에 비례해서 11:7로 나눠야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 국민들이 원하는 ‘일하는 국회’는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 과오 청산하고, 진정한 협치 보여야
국회가 지난 수 년동안,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당략에 휩쓸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여·야 의원들의 상황 때문에 처리돼야 할 현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되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나라를 위한 방법이 다를 수 있으나, ‘반대를 위한 반대’와 ‘의견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의 차이를 판단 못 할 만큼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초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아량을 베풀어서 대국적 양보를 하거나, 미래통합당의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임기인 2년동안 여당에게 통 크게 양보하는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야, 21대 국회는 예전 국회와 다를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농담으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협치의 중요성을 입으로만 말하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다.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 남게 되는 것은, 국민들의 심판 뿐이다. 그 심판은 국회가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대변하여 권력을 쓸 수 없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중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진정한 협치를 이뤄나가길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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