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으로 ‘인생 한방’ 노리는 직장인들

테슬라 주식에 이어 비트코인 투자 열풍…도지코인 6개월새 260배 상승
국내 금융업계 “시세차익 큰 부동산 투기와 같아”…건전한 경제활동 중시

포스트21뉴스 승인 2021.05.13 13:49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평생 회사만 다녀선 직장인 월급으로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잖아요.” 대구의 한 광고업계 회사에서 4년째 근무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며 숙식을 해결해왔다.

연말까지 어떻게든 전세 자금을 마련해 독립하는 게 올해 목표다. 야근과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고 수당을 모아 매달 손에 쥐는 돈은 230만원 정도. A씨는 올초 처음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해 한 달 만에 월급 2배를 벌었다.

그는 “올해 연봉이 동결되면서 투자 수익으로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변에 주식이나 코인 안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며 “동료들도 적게는 수 백 만원, 많게는 몇 억을 벌어 회사를 관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인생 돌파구’로 여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지만, 임금 상승률이 우리나라 집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

평범한 직장 생활로는 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시간이나 노력 대비 가성비가 높은 주식이나 코인 투자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얘기에 투자 열풍이 거세지자 이를 두고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처럼 ‘투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투자든 투기든, 그 끝이 모두가 꿈꾸는 황금빛 결과만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어쩌다 투자 광풍에 휩쓸렸을까.

주식·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버블 빠지면 피해자 늘 것”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는 그야말로 주식과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다. 증권계좌를 새로 개설한 직장인들은 삼성전자, 테슬라 등을 주요 종목으로 삼아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주가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보다 도지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2조6천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5월 7일 기준으로 가상화폐 도지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지난 6개월간 무려 260배나 뛰었다.

금융계에서는 수익을 벌겠단 탐욕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목에 달려들 때 투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수익률이 한참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거품’이 빠지게 되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2009년 1개당 0.000994달러에서 출발해 올해 4월 14일 국내에서는 한때 8천148만원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이후 열흘도 채 되지 않아 4월 23일 5천519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양상을 보였다.

도지코인 역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고 쓰면서 4월 1일 70원대 가격이 10일 575원까지 치솟았다가 23일 200원대로 주저앉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4월 19일 기준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에 달하며 상장기업 주식이 거래되는 유가증권시장을 뛰어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수익률에 너도나도 돈을 쏟아붓는 투자 광풍을 과연 투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말 이후 국내 주요 은행의 예금 잔액은 한달 새 17조원이 감소했다. 이를 두고 하루 최대 7만명 정도가 코인 투자에 새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무엇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의 94%가량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검증된 암호화폐가 아닌 비주류 ‘잡(雜) 코인’이 차지하고 있어 피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미국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면 투자,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같다고 보는 것은 투기”라고 말했다. 하지면 명확히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저가·고위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요동치는 시세에 정신건강이 피폐해지고 생활패턴이 망가져 우울감을 호소하는 젊은층도 느는 추세다.

의료계에는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주식이나 코인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고 정신적 압박감을 느껴 병원을 찾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건전한 경제활동을 위해선 어떤 종목이든 투기가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냉철히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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