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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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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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트로이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젊은 세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충무로라는 단어를 듣고 영화계를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낯선 단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대 당시 성인이었던 이들에게 충무로는 수많은 명작들을 만들어낸 장소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지금와서는 과거일 뿐이다. 그리고 그곳을 대표하던 뛰어난 배우들도 현재는 활동이 잠잠해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점차 잊혀져 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배우 설경구처럼 말이다. 설경구는 2000년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였고, 지금 현재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출연하는 작품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설경구는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일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명장면을 남기며 설경구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였고, 이후 공공의 적,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등 수많은 작품들을 흥행시키며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영화 실미도로 천만 관객의 시대를 열게 되었고 연기력과 흥행력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배우로 평가 받게 된다. 물론 배우 설경구 역시 출연하는 모든 작품들이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침체기를 겪기도 했고, 이제 그의 인기도 한물 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도 나오게 되었다.
설경구, 나이와 장르 초월한 연기력의 진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출연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 실패를 거두게 되었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로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하였고, 처음 도전한 분야였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 실력을 선보인 덕분에 사극 연기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관객들도 많을 정도였다.
그는 자산어보를 통해 제42회 청룡영화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황금촬영상 등을 수상하였고 그 다음해 영화 킹메이커에 출연하여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배우 설경구가 이처럼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한가지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덕분일 것이다.
사투리를 쓰는 억양 쎈 부산 사나이부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정치인까지 전혀 다른 옷을 입게 되더라도 매번 자신의 옷인 것 마냥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설경구의 연기력은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설경구는 기존에 해왔던 것만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이다.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영화 불한당에 출연하며 기존에 자신이 소화해냈던 배역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였고 기존에 설경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색다른 매력을, 그의 매력을 아직 모르던 이들에게는 설경구라는 배우가 어떤 특징의 매력을 지닌 배우인지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배우 설경구는 최근에도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하며 날카롭게 냉철한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뽐내는 등 그의 연기 변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연기력은 젊은 시절 전성기보다도 오히려 더욱 예리하고,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그런 그의 연기를,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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