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옥란 작가의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인간 본질 탐구하는 포스트 휴머니즘

기옥란 작가가 그려낸 현대 사회의 초상

현지용 기자 승인 2024.10.02 07:03 의견 0
기옥란 작가

[포스트21 뉴스=현지용 기자] 기옥란 작가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박사를 졸업하면서 인간과 자연, 우주,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인간의 내면과 물질주의적 사회를 탐구하고 이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시도해왔다. 이를 통해 정신과 물질이 어느 한쪽만 우월하거나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예술로 구현하고자 했다.

기 작가의 중요한 테마는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다. 두 개념은 그녀의 예술적 성향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자 그녀가 관찰한 현대인의 형상이기도 하다. 기 작가의 트랜스휴먼 개념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로,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이자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다.

인간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생체공학, 인공지능(AI), 유전공학 등 첨단 기술은 더 이상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기술적 진보를 통해 확장, 초월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탐구한다. 그녀는 기술적 진보가 단순한 기능적 발전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형되고 재구성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술적 진보가 인간을 초월적 존재로 변모시키는 동시에 소외와 분열을 경험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추상미술에서 인간의 형태를 분해하고 재구성했던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간성이 탄생하는 과정을 예술적으로 묘사한다. 트랜스휴먼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기존의 인간을 넘어선 존재이면서, 동시에 물질문명 성장의 앞서나감에 따른 소외, 다툼 등의 문제를 겪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녀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융합 그리고 한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간성을 깊이있게 탐구하게 되었다.

디지털 유랑자, 기옥란 작가의 네오노마드 탐구

기옥란 작가의 네오노마드 개념은 물리적 이동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상징한다. 네오노마드는 정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그녀의 네오노마드는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며, 고독과 불안정 속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다.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인간이 겪는 고독, 불안, 정체성의 분열과 같은 심리적 상태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 기 작가는 인간이 기술과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가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트랜스휴먼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에 대한 그녀의 고찰은 단순히 미래적 상상을 넘어서, 현재의 우리에게 실질적인 시사성을 던진다. 기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 그리고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개념을 예술적 가치로 알리며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초월하는 새로운 인간의 모습과 조화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기옥란 작가의 4D와 3F 추상적 세계관의 구축

그 방법으로 기옥란 작가는 4D(DNA, Digital, Design, Divinity), 3F(Feeling, Female, Fiction)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류의 소통과 화해의 의미를 둔 평화 구축 방법을 전하며 추상적 개념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상호작용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또 이 과정에서 인간과 기술,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재조명한다.

기 작가의 4D 개념은 생명과 기술, 디자인, 신성을 통합하여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DNA는 생명 그 자체의 본질을 상징하며, 인간이 기술을 통해 자연적 진화를 넘어설 수 있음을 나타낸다. 유전적 구성과 기술적 개입이 맞물려 새로운 인간 형상을 창조해낸다. Digital은 기술이 인간의 유전적, 사회적 기반과 융합되는 과정을 나타내며,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디지털화되어 정보와 데이터로 환원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이 디지털화는 기계적 확장과 정체성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Design은 이 두 요소가 추상적이고 미학적으로 재구성되는 형태를 의미한다. 새로운 인간성을 창조하고 조합하는 방식이며, 기술적 진보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기초가 된다. Divinity는 인간이 신적 존재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반영하며, 기술을 통해 신성에 가까워지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한다.

트랜스휴먼 나의 어린왕자

이러한 결합이 단순한 물질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초월적 인간성과 영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융합적 시각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인간다움의 회복과 조화를 추구하는 기옥란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다. 3F 세계관(Feeling, Female, Fiction)은 네오노마드 개념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Feeling은 기술과 자연,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파동을 나타내며,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를 탐구한다.

기 작가의 네오노마드는 정보 과잉 속에서 감정적 피로와 고립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네오노마드가 추구하는 자유로움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감정적 불안을 담고 있다. Female은 기 작가의 작품 속에서 여성적 시각과 정체성을 다시 고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네오노마드가 디지털 세계에서 겪는 경험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이는 남성 중심의 기술 발전 속에서 여성성이 어떻게 디지털 환경에서 다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Fiction은 인간이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내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서 존재하는 네오노마드의 복합적 정체성을 반영하며, 이는 추상미술에서 현실을 재구성하는 기법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유랑자의 정체성이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허구적 요소들이 현실과 뒤섞여 나타나는 과정을 반영한다.

기옥란 작가의 네오노마드는 바로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불안정한 인간의 초상이다. Female과 Fiction은 이러한 불안정한 인간상이 여성적 시각과 허구적 서사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이는 네오노마드가 기술과 정보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네오노마드는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해지며, 이는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실재와 허구의 충돌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트랜스휴먼

네오노마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동하는 현대 사회의 속도와 유동성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하며, 이는 기 작가의 작품 속에서 추상적 형태로 표현된다. 피카소가 그의 입체주의를 통해 하나의 객체를 여러 시점에서 분해하고 재구성했던 것처럼, 기옥란 작가는 네오노마드를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다층적으로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 사회의 허구와 진실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며, 이는 네오노마드와 트랜스휴먼이라는 개념 안에서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 처한 복합적, 다층적 정체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기 작가는 네오노마드가 겪는 디지털 시대의 자유와 속박을 동시에 다루며, 디지털 유목민으로서의 현대 인간이 정보와 기술의 물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그녀의 작품 속 네오노마드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를 넘나들며, 정체성의 혼란과 인간 관계의 단절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

새로운 시대, 미래 인간성에 대한 성찰과 희망

기옥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무한히 확장해 휴머니즘에 도달하려는 시도”라며 자신의 예술관 속 주요 개념인 트랜스 휴먼에 대해 “인본주의에서 비롯된 개념이자, 회복과 조화의 메시지를 향한 근본을 고전 속 선인들의 지혜에서 찾는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 인공지능(AI)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시기에서 기 작가는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등 주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로 향하는 자신의 작품관 및 사유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트랜스휴먼의 우주여행

기 작가는 “앞으로 도래할 트랜스휴먼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라며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정체성을 찾고자 인류가 사유의 폭을 넓혀왔다면, 지금은 인간성의 회복과 생명, 죽음에 대한 원초적 문제를 마주하고 이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 과정에서 인간 스스로를 사회, 나아가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존재로 추락시켰다. 이렇게 변해버린 세계에서 그녀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인간과 기술의 공생은 가능한지,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향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이러한 화두를 통해 기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인간 본질을 재탐구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급변하는 과학기술과 발전 속에서 우리의 삶, 나아가 인간 존재와 그 의미를 찾고 이해하며 새로운 관점을 찾는 것이 트랜스휴먼의 지향점”이라며 “자연과 화해하고 행복한 공존을 위한 트랜스휴먼의 고찰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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