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강현정 기자] 한때 우리 곁을 지키던 단관 극장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과거의 극장 문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주류가 된 지금, 옛 극장이 품고 있던 추억과 감성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는 이러한 극장을 복원하거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경제적인 이유와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복원 계획이 중단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관 극장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심과 작은 마을 곳곳에는 하나씩 단관 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단관 극장이란 한 개의 상영관만 운영하는 극장을 뜻한다. 당시에는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자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연인들,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고, 인기 영화가 개봉하면 긴 줄이 늘어서던 광경은 흔한 일이었다.
극장의 내부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낡은 나무 의자가 배치된 곳도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곤 했다. 팝콘보다는 엿이나 뻥튀기를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풍경도 그 시절 극장의 매력 중 하나였다. 여름이면 선풍기 몇 대로 더위를 식히고, 겨울이면 난로 하나에 의지해야 했던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극장의 변화와 사라진 공간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단관 극장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 극장이 관객들의 발길을 끌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작은 극장들은 점차 운영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대다수의 단관 극장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는 쇼핑몰이나 주차장이 들어서거나 아예 철거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단관 극장이 사라진 것이 단순히 극장 한 곳이 없어진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곧, 지역 공동체의 작은 문화 공간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극장은 단순한 영화 관람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웃고 울던 추억이 담긴 장소였다. 이 때문에 과거 극장을 추억하는 이들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국가기록원
옛 극장을 되살리려는 노력과 그 한계
최근에는 이러한 옛 극장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여러 계획이 무산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관 극장을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높은 유지 비용과 관객 감소로 인해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의 ‘낙원극장’이나 부산의 ‘국도예술관’처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단관 극장은 재정적 어려움과 행정적 지원 부족으로 인해 복원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이처럼 사라졌던 공간을 다시 살려내려는 시도는 단순히 극장 하나를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과거의 문화와 감성을 현재 세대와 공유하는 과정이며,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러한 노력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극장에서 추억을 만나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대세가 된 시대에서도, 옛 극장이 가진 정취와 감성은 여전히 특별하다.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찾았던 어린 시절의 극장, 첫사랑과 영화를 보며 설ㅤㄹㅔㅆ던 기억,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보았던 명작들. 이러한 추억이 담긴 공간은 단순한 영화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관 극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극장이 어느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문화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